코로나19 확산으로 여러 스포츠들이 관객들의 입장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해외 경마 시행국들은 국제적인 규모의 경마 대회·축제를 큰 무리 없이 시행하고 있다.
TV 방송 채널이나 유튜브, 어플리케이션 등 멀티 플랫폼을 활용해 경주 실황을 제공하고 있으며 온라인 공간에서 베팅에 참여하고 집에서 즐기는 경마 축제가 계획대로 ‘순항’ 중이다.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세계적인 경마 축제인 ‘멜번컵 카니발 2020’이 일주일간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전 세계 163개국, 7억 5천만 명이 시청하는 멜버른 컵이 열리는 날은 평소 호주인들의 베팅액보다 두 배 이상 소비한다는 설문이 있을 정도로 국가적인 행사이자 축제의 장(場)이다.
지난 3일 열린 160년 역사의 ‘멜버른 컵’ 경주 역시 관중 출입이 제한된 상태에서 개최됐다. 플레밍턴 경마장에서 펼쳐진 3,200m 경주에서는 개최국인 호주와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등 5개국 23두의 경주마가 총 상금 800만 달러(한화 약 90억 원)를 놓고 명승부를 펼쳤으며 아일랜드에서 온 ‘트와이라잇 페이먼트’가 강력한 우승후보 ‘타이거 모스’를 제치고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멜번컵 카니발 기간동안 모든 경주는 ‘네트워크10’ 방송사를 통해 호주 전역으로 방송됐으며 전 세계 14개 채널을 통해 해외로 경주 영상이 송출됐다. 또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파티 음식과 음료, 장식, 음악 공연 등을 홈페이지에서 제공해 집에서도 충분히 멜번컵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페스티벌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렸다.
미국 켄터키주 킨랜드 경마장에서 열리는 ‘브리더스컵’ 또한 코로나19 확산세로 관중 입장을 통제한 상황에서 펼쳐지지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축제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다. 대회 기간 경주 실황은 NBC Sports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고, 경마팬들은 온라인에 기반한 비대면 방식으로 경마를 즐길 수 있다.
또한 15개 이상의 라이브 카메라를 활용해 제공되는 위너 서클(Winner Circle) 360도 VR 영상과 기수 시점 경주 영상 등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콘텐츠를 유튜브, 홈페이지, 어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경험할 수 있다.
6일과 7일, 양일간 경마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국 최고의 경마 고수를 선발하는 BCBC(Breeder’s cup betting challenge)가 총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개최된다. 참가자들은 킨랜드 경마장이 아닌 임시 경기장에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대회 참여가 가능하다.
올해 브리더스컵에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한국마사회 소속 대표마인 ‘닉스고(Knicks Go)’의 활약상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전자 기술을 활용한 ‘케이닉스(K-Nicks)’ 사업으로 선발된 닉스고는 7일(토) 현지시각 오후 1시 18분(한국시각 8일 오전 3시 18분)에 브리더스컵 더트 마일(GⅠ, 1,600m, 3세 이상, 경주상금 $1,000,000) 경주에 출전한다.
이번 경주에서 닉스고는 13마리의 말 중 5번이라는 좋은 번호를 배정 받았으며 5일 현재 출전마들 중 두 번째로 낮은 배당률을 기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경마가 브리더스컵과 특히 인연이 많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지난 2018년 브리더스컵 쥬버나일(Juvenile) 경주에서 닉스고가 ‘깜짝’ 준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작년에는 ‘블루치퍼’가 출전해 3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최고의 경주마들 속에서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올해 코리아컵이 열리지 못한 우리나라와 달리 세계적인 경마 대회들은 관중들의 입장이 없어도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를 변함없이,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낄 수 경마 스포츠의 매력을 온라인공간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30일부터 부분개장을 통해 경마가 재개되고는 있지만 앞으로의 일정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경마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 정비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 세계적인 ‘랜선’ 축제로 성장해 가고 있는 해외 사례에 근거해 우리나라 또한 경마 대회 시행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나남길 k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