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국립산림과학원의 특용자원연구과 무궁화연구실을 찾아서!
시장 친화형 ‘무궁화 품종’ 발굴과 확산에 포커스
산림과학원, 각 지역별 지자체와 공공기관 중심으로 경관수와 가로수 등 다양한 수요 급증 추세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인 무궁화는 온대지역 나무로는 드물게 꽃이 귀한 여름철에 오랜 기간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워 세계적으로 선호되는 관상수다. 극한의 기후를 제외한 북반구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에서는 일찍부터 교목형으로 가꾸어져 가로수나 경관수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산림청의 시장 친화적 무궁화 확산 종합계획 추진과 관련,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 각급 학교 등을 중심으로 나라꽃에 대한 사랑과 국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무궁화 꽃동산 및 가로수길 조성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본지와 국립산림과학원 공동기획으로 시장친화형 무궁화 품종 확산에 대해 집중 조명해 봤다.<편집자>
무궁화를 가로수로 심기 위해서는 은행나무나 벚나무 등과 같은 교목 형태, 즉 원줄기 주간이 하나로 곧게 유도되어 지상에서 최초의 가지까지의 높이인 지하고가 최소 1m 이상 되도록 어릴 때부터 잘 다듬어 기른 것을 사용해야 한다.
재배적 측면에서는 나무자람이 강하고 곧게 자라며 길이 생장이 빠른 것, 가지치기에 강하고 곁가지 발생이 좋은 것이 양묘 시 나무모양 유도나 나무를 심은 후 관리가 쉽다. 또한 꽃이 크고 아름다우며 개화기간이 길고 개화량이 많은 것이 관상 가치가 높다. 무궁화의 품종은 세계적으로 25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 중 국내에서 개발된 것만 100종이 넘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품종들은 꽃잎 빛깔에 따라 편의상 무늬 없는 순백색의 배달계, 흰색이나 분홍, 연보라색 꽃잎에 단심(丹心)이라 불리는 중심부 붉은 무늬가 있는 단심계, 꽃잎 가장자리에 무늬가 있는 아사달계로 크게 구분한다.
사실 대한민국 상징으로 쓰이는 무궁화는 흰색 또는 분홍색 꽃잎 바탕에 붉은 단심이 있는 ‘백단심계’ 또는 ‘홍단심계’ 홑꽃 무궁화로, 특정 품종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생묘로 양성, 품종 구분 없이 흰색 무궁화 또는 분홍색 무궁화 등으로 유통되는 묘목보다는 가급적 보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자라는 우량 품종을 선택하여 접·삽목으로 양성된 묘목을 심는 것이 나라꽃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지난 1950년대 말 나라꽃 무궁화 연구를 시작한 이래로 보다 아름답고 실용적이며 재배가 쉬운 무궁화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선덕’, ‘칠보’, ‘고주몽’ 등 약 20여 종의 신품종 육성 및 가로수형 유도기술 개발, 개화시기 조절 관련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꽃의 색과 모양에만 치중했던 품종 개발 기준을 용도별로 특화하여 꽃이 크고 생장이 빠르며 끝눈(정아) 우세성이 강한 ‘우리’, ‘탐라’, ‘근형’을 가로수용으로, 꽃이 작고 줄기 마디 사이가 짧은 ‘한양’, ‘소양’, ‘별이’ 등을 분화(盆花)용으로 육성하여 신품종으로 등록하였다. 여기서는 앞서 언급한 몇 가지 특성들을 기준으로, 특히 국가 상징으로서 국민 선호도가 높은 백단심계 및 홍단심계 홑꽃 무궁화 중에서 가로수로 이용하기 적합한 품종 몇 가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 백단심계 홑꽃 품종
◈ ‘선덕’ 품종
‘선덕’은 1970년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의 전신인 임목육종연구소에서 육성된 꽃지름 12㎝ 내외의 백단심계 홑꽃 품종이다. 꽃잎은 흰색이며 속꽃잎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꽃 중심부에는 진한 붉은색 단심이 있다. 꽃봉오리는 흰색으로 끝이 다소 분홍색을 띠기도 하지만 개화하면서 순백색이 되며, 꽃잎 끝이 다소 바깥쪽으로 말려 각이 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개화일수가 90일 이상으로 길며 개화 최적기는 7월말 ~8월초이다. 마디당 개화량은 2.8송이 내외이며 결실률은 10.0%이다. 가지가 꼿꼿하게 바로 자라고 곁가지 발달이 좋으며 나무자람새가 강하다.
◈‘원화’ 품종
‘원화’는 1990년대 임목육종연구소에서 육성된 꽃지름 12㎝ 내외의 백단심계 홑꽃 품종이다. 흰색 꽃잎은 다소 폭이 넓고 두꺼운 편이며, 꽃 중심부에는 작고 진한 붉은색 단심이 있다. 꽃봉오리는 다소 붉은색을 띠다가 개화하면서 꽃잎 뒷면에 연한 분홍색의 무늬가 나타나며, 꽃잎 끝에 잎의 가장자리가 깊이 패어 들어가는 약간의 결각이 생기면서 오므라드는 것이 특징이다. 만개하여도 꽃잎이 완전히 벌어지지 않아 종(鐘) 모양을 나타낸다. 개화일수가 90일 이상으로 길며 개화 최성기는 7월 말 ~ 8월 초이다. 마디당 개화량은 3.8송이 내외로 많은 편이며 결실률은 2.2%로 아주 낮다. 가지가 굵고 발생 각도가 넓으며 불규칙한 편이지만 나무자람새가 강하다.
◈‘화랑’ 품종
‘화랑’은 1980년대 서울대학교에서 육성된 꽃지름 9㎝ 내외의 백단심계 반겹꽃 품종이다. 흰색 꽃잎은 두껍고 꽃잎맥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아래쪽 꽃잎이 다소 오므라들어 모양이 일그러지기도 한다. 개화 초기에는 작은 속꽃잎이 발달하나 후기에는 홑꽃에 가깝게 된다. 단심은 강하며 단심선은 보통이다. 개화는 7월 5일 전후로 시작되어 80일 이상 계속된다. 마디당 개화량은 1.3송이 내외이며 결실률은 19% 정도이다. 나무모양은 다소 퍼지는 형태이나 나무자람새가 강하다.
□ 홍단심계 홑꽃 품종
◈‘우리’ 품종
‘우리’는 2006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육성된 꽃지름 11.5㎝ 내외의 홍단심계 홑꽃 품종이다. 꽃잎은 붉은빛이 도는 진자주색으로, 두껍고 주름진 것처럼 보이며 끝이 물결 모양이다. 꽃 중심부에는 작고 진한 자주색 단심이 있으며, 접시 모양으로 활짝 핀다. 개화는 7월 초에 시작하여 80일 이상 지속되는데, 최성기는 8월 초이다. 가지는 꼿꼿하게 바로 자라나 발생 각도가 다소 넓고, 곁가지 발달이 좋으며 나무자람새가 강하고 생장이 빠른 편이다.
◈‘탐라’ 품종
‘탐라’는 2006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육성된 꽃지름 11㎝ 내외의 홍단심계 홑꽃 품종이다. 꽃잎은 연보랏빛이 도는 분홍색으로 폭이 넓고, 꽃은 접시 모양으로 활짝 핀다. 꽃 중심부에 작고 점을 찍은 듯 한 모양의 단심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개화일수는 70일 이상이며 개화 최성기는 7월 말 ~ 8월 초이다. 가지가 꼿꼿하게 바로 자라고 생장이 빠르며 나무자람새가 강하다.
◈‘삼천리’ 품종
‘삼천리’는 2003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육성된 꽃지름 13㎝ 내외의 홍단심계 홑꽃 품종이다. 꽃잎은 보랏빛이 섞인 진분홍색이며, 꽃잎 폭이 길이보다 크다. 속꽃잎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꽃 중심부에는 붉은색 단심이 있다. 개화는 7월 초에 시작하여 80일 이상 계속되며 개화량이 많고 최성기는 8월 초이다. 생장이 매우 빠르며 가지가 꼿꼿하게 바로 자라고 나무자람새가 강하다.
◈‘영광’ 품종
‘영광’은 1970년대 서울대학교에서 육성된 꽃지름 12㎝ 내외의 백단심계 홑꽃 품종이다. 꽃잎은 연분홍색으로 두꺼운 편이며 꽃잎맥이 강하게 발달하고, 활짝 피지 않아 종 모양이나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있다. 개화 초기에는 속꽃잎이 다소 발생하며, 꽃 중심부에는 진한 붉은색 단심이 있다. 개화는 6월 말 ~ 7월 초에 시작하여 90일 이상 계속되며 개화 최성기는 7월 말이다. 가지가 꼿꼿하게 바로 자라고 나무자람새가 강하다.
무궁화를 가로수형으로 재배할 때는 어린시기 부터 밀식재배를 통해 수간부가 외줄기로 빠르게 생장할 수 있도록 하고, 지하고를 지상 1.5 ~ 2m 내외까지 높인 후 가지치기로 3 ~ 5개 가지가 팔방으로 고루 발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어 수관이 동그랗게 퍼지도록 이듬해 순차적으로 1차 가지의 30 ~ 40㎝ 상단부에서 다시 두세 개의 2차 가지를 유도하고, 이후 2차 가지 20 ~ 30㎝ 상단부에서 다시 두세 개의 3차 가지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가지 수를 늘려 나간다.
가로수로 심은 후에도 한 곳에서 두개의 가지가 나오거나, 빽빽하게 난 가지, 웃자란 가지, 휴면 상태에 있던 눈에서 자란 가지 등 불필요한 가지 제거를 매년 실시하여 채광과 환기에 충분한 공간을 유지해 주어야 나무모양도 좋고 자람새가 강한 나무로 기를 수 있다. 병충해는 발생 즉시 방제해야 하는데, 흔히 무궁화 재배 시 큰 문제로 지적되는 진딧물의 경우 나무의 생육 시작 직전인 4월 초순경 이미다클로프리드 수화제(코니도)를 살포하여 간단히 없앨 수 있다.
또 장마철 이후 발생하는 무궁화잎밤나방 등 나방류 애벌레들은 디프록스 유기인제 등을 두세차례 살포하여 방제하도록 한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애써 심어 놓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병충해가 들끓고 꽃이 부실하게 된다면 국민에게 사랑받는 나라꽃의 위상 회복이라는 당초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무궁화의 특성에 맞는 재배 관리방법을 적용하여, 삼천리 강산에 보다 아름답고 친숙한 나라꽃을 기대하고 있다. 자료= 국립산림과학원 무궁화연구실 권해연 박사 k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