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지역사회

경실연 "농업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철회하라"

"공업 강국을 위한 농업 희생, 농업은 여전히 개도국 수준"

정부는 10월 25일 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공식 발표했다. 공업부문은 선진국 수준일지 몰라도 농업부문은 여전히 개도국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1960년대 공업 일변도 성장 전략 추진으로부터 2000년대의 무분별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까지 농업을 일방적으로 희생시켜 온 결과, 우리농업은 개도국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60여년에 걸친 불균형 성장정책으로 초래된, 우리농업과 농민의 생존 위기를 정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WTO 개도국 지위는 농산물시장 완전개방 및 기후변화에 대응한 식량안보와 피폐해진 농가경제의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국민에 대한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농가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적 한계를 스스로 떠안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에서 비롯된 미국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압박에 정부는 스스로 희생양을 자처하고 있다. 경실련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여,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농가소득이 열악하고, 영세 고령화된 개도국 수준의 농업 현실을 무시한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다.

보조금과 관세 효과, 농산물가격의 연쇄적인 폭락 현실 인식, 농가소득 문제 등 종합적이고도 면밀한 대책도 없이 경솔하게 결정을 해버렸다. 

농업소득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1천2백만 원 수준이고, 도농간 소득격차 뿐 아니라 농가 간 소득격차도 심각한 상태이다. 

 

정부가 논의 중이라는 직불제도 반쪽짜리이고, 효과성과 효율성 및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농산물 가격폭락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 농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대화와 소통도 없이, 또 다시 농업에 희생을 강요하는 공정하지도 않고 형평성도 없는 졸속적인 정책추진이다.

 

그간 농민단체들은 대책 없는 졸속적인 결정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는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해 버렸다. 이로 인해 당사자인 농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쌀 등의 민감품목에 대한 개별 협상권한을 확인하고, 미래의 협상과정에서의 계속적인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 정도의 것이며, 협상 타결까지는 현재의 혜택은 유지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입 농산물의 관세인하가 진행되고, 실질적인 보조금 지원 규모가 축소되는 등 우리농업은 존폐의 위기에 몰릴 것이다. 농민들이 생존을 걸고 분노하고 있는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셋째, 이번 농업의 개도국 지위 포기에서 소극적 자세를 보인 농림축산식품부는 200만 농민들의 엄중한 질타를 받을 것이다.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농식품부는 이번 결정에서 직무를 유기했다. 통상당국의 주장에 대해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농식품부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언론에 농식품부의 주장은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농식품부인가? 농가소득과 농산물가격의 불안정한 실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농식품부가 농업 포기에 앞장서고 있다면, 2백만 농민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라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실효성도 없고 실적도 없다. 2015년에 설치된 이후 3년간 겨우 620억 원으로 3년간 목표액 3천억 원의 20%에 불과하다.

정부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해 농업을 희생하면 공업을 살릴 수 있다는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통상압력의 첫 단추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일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어 다른 단추까지 열어줘야 하는 비관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농업은 정부의 무시와 방관 속에 나날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출범 초기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농업분야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은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 

농업을 포기하고 선진국이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정부는 졸속적인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kenews.co.kr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포토뉴스 파노라마


건강&치유여행

더보기
산림청, 청년들... 6개월 동안 자투리땅에 꿀벌 살리는 정원 만들어
산림청(청장 김인호)은 전라남도 담양군에 있는 국립정원문화원에서 ‘2025년 정원드림프로젝트’ 시상식을 가졌다고 3일 밝혔다. ‘정원드림프로젝트’는 2020년부터 정원 분야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지역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정원기획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며 실무 역량을 쌓는다. 올해 프로젝트는 ‘폴리네이터 가든 : 정원으로 회복되는 도시’를 주제로 도시 정원에서 살아가며 식물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도와주는 꿀벌, 나비 등 수분 매개 생물들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기획됐으며, 서울, 대전, 세종, 경기 평택, 전북 전주 등 5개 권역에서 125명의 청년이 6개월간 25개의 정원을 완성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세종시 보람동에 부산대학교 ‘토모’팀이 조성한 ‘잔향 : 향이 피어나는 향원(香園)’ 정원이 창의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현장 완성도를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받았으며, 경희대학교 ‘그린버디즈’팀, 동아대학교 ‘위플래시’팀이 산림청장상을 수상했고, 국립공주대학교 ‘뇽운뇽’팀, 서울여자대학교 ‘마중풀’팀, 전북대학교 ‘자란다’팀이 각각 한국수목원정원관

귀농·귀촌소식

더보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아니냐?...'가루쌀' 정책 따져
윤석열 정부의 핵심 농정과제로 지난 2023년부터 추진되었던 가루쌀(분질미) 정책이 2년 만에 목표를 대폭 하향조정하고,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시장성을 검증할 기본 데이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농정 실패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고창군)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22년 6월 발표한 가루쌀(분질미) 정책의 생산목표를 지난 2024년 12월 전격 하향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당초 2025년 가루쌀 생산 목표는 면적 15.8천ha, 생산량 7.5만 톤이었으나, 농림축산식품부의 개선방안(수정안)에는 면적 9.5천ha, 생산량 4.51만 톤으로 모두 39.9% 하향조정했다.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 극찬했던 가루쌀 정책이 시행 2년 만에 ‘속도 조절’이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의 정책 실패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가루쌀 제품화 지원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정작 가장 핵심인 ‘시장성’을 검증할 데이터조차 확보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