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 KREI, ‘농촌 빈집 실태와 정책과제’ 연구 통해 밝혀
농촌 지역 고령화와 과소화로 빈집이 늘어나고 있으며, 방치된 빈집이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빈집 정비·활용 정책을 구체화하고 소유자의 자발적 관리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원장 김홍상)이 ‘농촌 빈집 실태와 정책과제’연구를 통해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정문수 KREI 부연구위원은 농촌 빈집 실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빈집과 관련된 사회적, 법·제도적 여건을 진단해 농촌 빈집을 정비하고 활용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정부는 농촌 빈집 문제에 실효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 2020년 ‘농어촌정비법’을 개정하여, 농촌 빈집 철거와 수리, 증·개축, 활용 등을 포함한 빈집 정비에 관한 방식과 절차, 수단을 구체화했다. 실제 농촌 지역에서 빈집 정비를 추진할 수 있는 사업으로 ‘농어촌정비법’에 근거한 ‘농어촌주택개량사업’과 귀농·귀촌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농촌빈집정비사업’이 있다. 이와 함께 지역개발사업의 맥락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취약지역생활여건개조사업’도 추진되어, 빈집 철거 및 수리, 리모델링 지원, 빈집을 활용한 임대주택 조성 등에 활용하도록 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정비법’에 의거하여 매년 농촌 빈집 관련 정보를 구축·제공하는 농촌빈집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빈집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조사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하기 쉬워, 실효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지방분권 추세에 따라 지자체가 농촌 빈집을 포함한 주거 정책 부문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책 주체의 역할과 범위가 구체화되지 않고, 부서별로 담당 업무가 분산되어 있으며, 지역 빈집정보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지자체 행정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연구진은 또한 ‘한국전력공사 전력데이터 개방포털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주택용 전력 계약 가구의 전력 사용량 자료(이하 한전자료)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빈집실태조사’를 활용하여 전국 빈집 실태를 분석했다. 이 중에서 한전자료에 따르면, 빈집을 매달 월 10kwh 이하로 전력을 사용한 가구로 설정할 경우, 2019년 말 기준으로 농촌 빈집은 260,524채로서, 전체 주택의 4.9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빈집은 농촌 지역 중에서도 취약지역에서 편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전국적으로 농촌 빈집 비율이 높은 광역지자체는 전북과 전남, 경북, 전남 순으로 농촌 지역이 많은 지역에서 빈집 비율이 높다. 읍 지역 보다는 면 지역에서 빈집 증가세가 두드러지며, 서비스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에 빈집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부연구위원은 “농촌 취약지역의 주거환경 개선 대책을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최근 ‘농어촌정비법’개정 이후 정부 차원에서 빈집 관련 정책 추진체계를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지자체와 농촌 지역사회가 농촌 빈집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중앙정부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선, 지자체 차원에서 농촌 지역개발 및 주거 정책의 일환으로 빈집 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단순히 빈집 자체의 정비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농촌 주거환경 개선을 염두에 두고 빈집 혹은 철거 이후 나대지 등 빈집 관련 자산을 농촌 지역사회 개선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농촌 지역사회 주체들이 빈집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빈집실태조사 항목이 포함된 종합적인 농촌 주거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사회 주체들이 빈집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하도록 정책 추진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촌 주거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등 지역활동 조직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농촌 청년의 일자리를 확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중간지원조직이 농촌 빈집 자산의 활용 및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주체 간 상호 협력과 다방면 연계를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소유자가 빈집을 자발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자체장의 정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며, 지자체가 행정조치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개선책의 마련도 제시했다. 나아름 k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