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공급과잉 예측한 정부, 알고도 ‘쌀 대란’ 방치
3년 연속 쌀값 폭락… 무능‧무력‧무사 안일한 정책실패로 예산 누수
쌀 재고관리 7,500억․쌀 변동직불금 9,770억․농협RPC 적자 3,000억
쌀 매입가 5만2,000원 고수, 벼 매입자금 확충, 조기 시장격리 시급
최근 쌀값 대란은 정부가 5년전에 이미 예측한 것으로 국가 식량주권과 국민 먹을권리에 대한 무사안일하고 무능한 정부가 초래한 정책실패이자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3월 농림수산식품부는 ‘쌀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앞으로 매년 70만톤이상의 밥쌀 공급과잉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70만ha에 밥쌀용 벼를 재배하고 나머지 면적에 식량·가공·특용·사료·경관작물 등 재배, 가공산업발전을 뒷받침하고 식량자급률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대책을 수립했다.
정부는 당시 ▲쌀 생산비 연계 변동직불금에서 불특정 품목 공익형‧소득안정형 직불금 전환 ▲자동시장격리제 시행 ▲쌀자조금제 도입 ▲가공쌀 품종 개발과 가공쌀 전용재배단지 조성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이런 대책은 지난 2014년 9월 기재부․산자부․농식품부․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내놓은 쌀관세화 이후 농가소득 안정 및 쌀산업 발전대책에도 반영했다.
관계부처가 합의한 이 대책에 따르면 2024년까지 벼전용 재배면적 75만7,000ha, 타작물 재배면적 12만3,000ha, 겨울철 종자용 밀과 맥주보리 등 이모작 비율을 전체 논면적의 46%(40만2,000ha)를 확보했다. 이를 위해 이모작 직불금 지급, 이모작위한 농지단기임대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쌀 공급과잉을 예측하고 유용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실제로 실천에 옮긴 것은 쌀 관세화 개방 밖엔 없는 실정이다.
김현권 의원<사진>은 22일 대정부질문을 통해서, “정부가 최근 비축비 우선지급금을 40kg당 45,000원으로 정했으나 오히려 산지쌀값 하락을 공식화 했다”면서 “지난해 수준인 52,000원을 고수해야 한다”면서, “지난해처럼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벼매입자금을 추가해서 1조6,000억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 (평년 1조3,000억원, 2016년 1조5,000억원)했다.
“올해 정부 5,500억원, 농협‧민간 2,000억원 등 쌀 재고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2년이상 쌀을 보관하고 헐 값에 처분하기 보다 가공용쌀 품종을 개발하고 전문재배단지를 조성해 저장비용을 들이지 않고 바로 가공용 쌀을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쌀재고 관리 예산을 활용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자부담 50%를 지원해서 보건복지부의 양곡할인지원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광역급식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학교급식은 물론 공공급식을 지원하도록 해서 1,300만명에 달하는 복지분야 급식 잠재수요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한다”며 “200만명에 달하는 빈곤 노인과 어린이 등을 위한 결식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여 농촌에선 쌀이 남아돌고 도심에서 굶주리는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고 대책을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쌀값 폭락과 재고 부담으로 최근 3년간 1,000억원의 적자를 비롯해 누적 적자가 3,000억원에 달하는 농협RPC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합병과 지원 대책을 요구했다.
“정부를 비롯해 생산자 소비자 국회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해서 쌀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하고 협력해서 대안을 도출할 것”을 제안하고 “지금 당장 쌀이 남아돈다고 해서 농지를 전용하기 보다는 논의 다양한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생산조정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산지 쌀값이 떨어지면서 쌀 목표가격 80kg당 188,000원과의 차액 9,770억원을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해야 할 실정”이라며, 넓은 논을 소유한 대지주와 부농들에게 혜택이 편중되는 이런 쌀직불제를 개선해서 현재 자급률이 3.7%에 불과한 콩, 보리, 밀, 옥수수, 사료작물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한 공익형 직불금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예산당국은 2016년에 이어 2017년 예산에서도 배제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생산조정제 예산 편성(3만ha, 900억원)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김현권 의원은 “정부가 5년전에 이미 쌀 공급과잉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단기적으로 자동시장격리, 중장기적으로 논의 다양한 이용을 위한 생산조정제와 직불제 개편을 대책으로 내세웠다”며 “그러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오늘날 쌀 대란으로 불러 일으켜 농민과 농협을 힙겹게 하고, 수천억원의 비용까지 떠안은 일을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의 이런 무기력한 자세는 어떤 일이 닥칠지 뻔히 알고서도 시간만 보내다 수많은 희생자를 낳고, 사후수습에 막대한 국고를 쏟아 붇고 있는 세월호와 너무나 닮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특히 “정부·여당은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10만ha 농지전용을 전제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농식품부는 역시 농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전용규제 완화, 그리고 8만5,000ha에 달하는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이후 지속적인 소값 폭락 당시 정부는 사육심리 불안에 따른 암소투매 현상을 진정시키기보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오히려 처녀소를 비롯한 암소 때려잡기에만 열 올렸다”며 “그 결과 올들어 한우생산기반 붕괴와 소값 고공행진과 같은 수급 불균형 심화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일깨워 섣부른 농지전용을 도모해선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동취재팀 k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