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방역

'빈 껍데기' 돼지도매시장... 제도개선 절실하다

"도매시장에서 거래하면 유통인들 손해 볼 수밖에 없는구조"... 제도개선 서둘러야
‘한돈 가격 안정화 방안 모색 토론회’ 성료...공적기능강화·다양한 거래방식 도입 필요
돼지, 도매시장 경유비중 5%도 무너져...수집·분산 활발한 국내 농산물도매시장 벤치마킹 필요
일본, 도매시장 경유비중 13%, 상대거래 도입 긍정적 평가

도매시장으로 돼지 경유 비중이 5%대로 하락하는 등 돼지 거래 시 기준 가격 역할을 하고 있는 도매시장 경락 가격의 대표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농가가 도매시장으로 돼지를 출하 할 경우 농장 문전도 거래를 할 때보다 각종 비용 등으로 두당 최대 2만원 비용이 더 발생하고, 수요자인 육가공업체도 돼지 품질 문제와 더불어 불합리한 제도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돼지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한돈협회(회장 하태식)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농장과 식탁(이사장 하광옥)은 2월 1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돼지 도매시장이 돼지 거래의 기준 가격을 제시하고 있지만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돼지 물량이 적고 그로 인한 가격 등락이 커 대표가격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도매시장 침체가 한돈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손종서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한돈 도매시장은 돼지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돼지가격의 변동성이 매년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로 인해 대표가격으로서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토론회가 문제를 풀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의 제1주제 발표에는 황명철 농장과 식탁 정책연구소장이 ‘일본 돼지 도매 거래 실태’에 대해 설명했으며, 이어 김재민 농장과 식탁 실장이 제2주제 발표자로 나서 ‘한돈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황명철 소장은 일본의 돼지 도매 거래 실태를 주제로 일본 도매시장의 현황을 국내와 비교 분석, 경매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대거래(협의에 의한 가격 결정) 방식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황 소장은 “일본도 돼지 도매시장 거래 비율이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총 돼지유통물량 중 13%는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경매제 이외에 새로운 거래제도인 상대거래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도 도매시장 반입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돼지 산업의 불확실성과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2000년 상대거래를 도입했다.

 

황 소장은 “상대거래 비중이 높은 오사카 시장의 경우 시장의 가격안정성이 경매제 비율이 높은 동경시장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하며, “현재 일본은 도매시장 상대거래 허용으로 도매가격 대표성이 높아졌으며, 대표성 있는 부분육 가격 및 유통정보를 수집·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농산물도매시장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2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재민 실장은 발제를 통해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정가·수의매매 등을 적극 활용해 불확실성과 가격 변동성을 줄여야 하고, 공적 기능을 강화해 전체 도축 물량 중 일정 비율 이상은 도매 반입 물량을 확보, 청과나 수산부류와 같이 반입물량 확대를 위한 노력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유통환경 변화로 도매시장이 위기라는 이야기는 돼지도매시장뿐만 아니라 청과, 수산 등 모든 품목이 마찬가지”라고 전하고 “하지만 청과, 수산 도매시장의 경우 반입물량이 증가하거나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데 반해 돼지 도매시장만 급격히 반입물량이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청과나 수산은 도매기능이 유일한 사업이라면 돼지도매시장은 도매기능뿐만 아니라 임도축과 같은 다른 생존 방법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공적역할인 도매기능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쪽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소 청과 도매시장 수준의 관리와 감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 이후 실시된 지정토론에는 하광옥 이사장의 진행으로 △왕영일 한돈협회 감사 △안기홍 안기홍양돈연구소 소장 △윤태일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장장 △서종태 부경양돈농협 단장 △최영일 P&C축산물유통 대표 △이선우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국장 등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왕영일 감사는 토론에서 “2018년 7%대였던 도매시장 경유율이 5%대로 급락했다”며 “농가입장에서 말하면 도매시장으로 출하할 경우 상장수수료에다 돼지 도축비도 임도축할 때보다 높고, 내장가격도 낮게 쳐줘 농가가 육가공과 직거래 할 때보다 1만~2만원 정도 손실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왕 감사는 “양돈업계 내부에서는 돼지도매시장을 존치시켜야 하는지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많으나 다변화된 소비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통방식이 공존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도매시장은 돼지가격의 발견뿐만 아니라 한돈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매시장활성화를 위해 앞서 발제 해 주신 유통비용 절감, 정가·수의매매 도입, 도매시장의 공적기능 강화는 맥락을 매우 잘 짚었다”며 “특히 가격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정가·수의매매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태일 장장은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돼지 도매시장의 역할이 미흡한 데 대해 반성한다”면서도 “도매시장은 수탁거부가 안되는 시스템으로 비규격돈 위주의 공판장 출하가 지속되다 보니 제대로 된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격 산정에 빠져 있는 임도축이나 외부에서 도축되어 상장되는 지육 상장물량을 공시가격에 반영한다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종태 단장은 “도매시장이 축소는 결국 양돈인들의 선택”이라면서 “양돈인들이 도매시장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매시장으로 출하시 발생하는 상장 수수료와 상대적으로 높은 도축비 등 각종 유통비용을 줄여,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농가들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생산비를 기준으로 한 한돈가격에 대한 연구를 협회에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최영일 대표는 “생산자 중심의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은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며 “농가들이 도매시장 거래를 기피하는 이유와 함께 육가공이 도매시장에서 돼지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 또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돼지품질 개선, 등급제의 육량 중심으로 전환, 온도체 등급판정을 냉도체 판정으로 전환하는 문제 등 도매시장에서 거래를 하면 유통인들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부분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안기홍 소장은 “가격 메커니즘을 바꾸는 일은 2~3년 정도의 논의과정이 필요한 중대한 일”이라면서 “협회와 자조금,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우 국장은 “지금의 돼지 도매시장에 공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청과 도매시장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도매시장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10만 두 이상 도축하는 가공장이나 패커들에게 가격 졍보를 받아 공시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방법의 대표가격 공시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남길 k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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