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농막 설치 규제를 강화하는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주말농장족 등의 반발로 철회된 가운데 ‘러스틱 라이프’, ‘5도2촌’을 즐기는 시대 상황을 반영해 ‘농사용 간이 주거시설’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시)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농막설치 신고 건수는 2014년 9175건에서 2022년 3만8277건으로 8년 사이 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농막이 농기구를 보관하는 정도의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주말농장족이 작은 텃밭을 가꾸고 하룻밤 머물다 가는 ‘미니별장’으로 기능이 바뀌면서 농막설치가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농막을 농업 활동과 무관하게 주거용으로 활용하거나 농지를 잘게 쪼개 타운하우스처럼 농막단지로 분양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제도개선을 추진하면서 발생했다.
농지면적에 따라 연면적 7㎡(약 2평), 13㎡(약 4평)로 농막 규모를 축소하고, 농업과 무관한 야간 취침 금지, 농막 내 휴식 공간을 농막 바닥면적의 25%로 제한하는 등의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주말농장족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농지법 시행규칙 입법예고안이 지난 5월 12일 발표되고 6월 14일 철회되기까지 총 3,657건의 국민의견이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등록됐으며, 74.1%가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반대의견은 △야간취침과 내부 휴식면적까지 제한하지 말아달라 △필지 크기별로 농막 면적을 차등화하지 말아달라 △20㎡로 되어 있는 연면적을 확대해달라 △데크, 처마, 주차장, 농막 외 창고를 허용해달라 등이었다.
지금도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지자체마다 기준이 다른 정화조도 설치가능하게 해달라’, ‘비싼 농기계들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해달라’, ‘눈비 올 때 피할 데크까지 합법으로 해달라’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올라와 있다.
실제로 농지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전인 2022년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설치기준, 내부설비, 연면적, 주거, 규격 등이 부정확한데서 비롯된 농막관련 민원이 3년간 217건에 달해 농막관련 규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위성곤 의원은 “농막에서 야간 취침, 숙박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휴식공간을 바닥면적의 25%로 제한하려고 한 것은 변화하는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규제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 탁상행정이었다”고 지적하며, “농지를 잘게 쪼개 농막단지로 분양해 무분별하게 농지를 훼손하는 행위는 분명하게 단속하되 5도2촌을 꿈꾸는 국민들의 바람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성곤 의원은 구체적으로 주말농장족들을 위한 ‘텃밭주택’을 제안하면서 “농사용 간이 주거시설로 해 전입신고는 되지 않게 하고, 면적은 지금처럼 제한하되 그늘막, 데크, 처마도 일정 범위에서 허용하고, 지자체마다 다르게 운영하는 정화조 시설 기준도 표준화하고, 화재에 대비해 소화기 비치를 의무화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간이 주거시설이기 때문에 재산세 등 세금은 내지 않지만 지역발전기금 또는 텃밭주택 세금을 내서 지역에 기여할 수 있게 해 농촌지역의 반발도 줄이면서 주말농장 활성화로 농촌에 활력을 불어놓고, 도시민들의 전원생활 및 주말휴식 수요 충족을 위한 새로운 접근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향후 설문조사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에 농막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남길 k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