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은 국산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제조한 발효 비료를 현장 실증한 결과, 수입 유박 대체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유박은 식물의 종자에서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이다.
농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비료 재료인 아주까리유박 등 수입 유박은 2019년 기준 약 132만 톤이 수입됐다. 최근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유박 수입단가가 80% 이상 급등하면서 농가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주까리유박 수입단가는 톤당 2020년 109달러에서 2022년 198달러까지 81%나 치솟았다.
농촌진흥청은 수입 유박 대체재를 개발하고 국내 자원 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에서 버려지던 부산물 중 비료로 가치 있는 물질을 발굴하고 비료화하는 연구를 추진해 2020년 발효 비료를 개발했다.
이 발효 비료는 쌀겨, 참깨묵, 어분, 주정박 등 국산 농식품 부산물들을 밀봉해 발효시켜 만든다. 발효 비료의 질소 함량은 4.6~5.6%로 수입 유박으로 만든 시중의 유기질비료와 비슷한 수준이며, 유기질비료 공정규격(질소와 인산, 칼리의 합이 7% 이상)을 만족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부터 2년간 경기, 전북 지역의 8개 농가, 9개 작물을 대상으로 발효 비료의 재배 효과를 현장 실증했다.
그 결과, 토마토, 고추, 생강, 무, 옥수수, 양파, 양배추 등 7개 작물의 수확량은 10~26% 증가했다. 감자와 땅콩의 수확량은 약 6% 감소해 수입 유박의 93% 수준이었다. 9개 작물의 생산성은 93~126%로 수입 유박으로 만든 유기질비료와 큰 차이가 없어 대체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 농경지에 투입되는 유기질, 무기질비료를 발효 비료로 각각 20% 대신할 경우, 유박 17만 톤, 요소 약 4,916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발효 비료의 원료인 쌀겨, 참깨묵, 어분, 주정박 등을 버릴 때 발생하는 비용을 연간 약 80억 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은 농가에서 직접 발효 비료를 만들어 쓸 수 있도록 제조기술을 보급했다. 또한,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으로 공장에서 제조한 비료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발효 비료 대량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유기질비료 원료 등록을 추진하고 혼합발효기를 활용해 올해 말 시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현장 실증에 참여한 정읍의 한 농가는 “발효 비료를 2년간 사용하면서 점점 토양이 비옥해지는 것을 느꼈다.”라며, “앞으로도 우리 재료로 만든 발효 비료를 이용해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장철이 과장은 “수입 유박만큼 작물 재배 효과가 좋은 발효 비료를 사용함으로써 비료 원료의 국산화와 국내 자원의 새활용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나남길 k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