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는 8월 8일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될 경우 기상 상황과 현장 여건을 점검해 경주 취소까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긴급회의를 열어 폭염 대응 기준을 마련했으며, 이를 7일부터 적용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야간경마를 낮 12시부터 시작한다고 알렸던 6일 발표자료에는 ‘폭염 시 경주 취소 검토’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그렇다면 7일부터 새롭게 적용했다는 폭염 대책이 실제 경마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7일 부산·제주, 8일 서울…폭염에도 한낮부터 경마
7일 부산·경남 지역은 극심한 폭염에 놓였다.부산 일부 지역에서는 오후 기온이 39.5℃까지 올라 40℃에 육박했다.
이 같은 고온은 전력질주하는 경주마의 입장에서매우 높은 열부하와 열스트레스 위험이 우려되는 환경이다.
제주 역시35℃에 이르는 고온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졌다. 말은 땀의 증발을 통해 많은 체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고온·고습 환경에서는 체열 방출이 어려워지고 체온 상승과 열스트레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7일 부산경남과 제주 모두 낮 12시 50분부터 첫 경주를 시작했다. 8일 서울 역시 기온이36℃까지 오른 가운데 낮 12시 30분부터 경마가 시작됐다.
마사회가 6일 긴급회의를 열어 폭염 대응 기준을 마련하고 7일부터 적용했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7일 부산경남·제주와 8일 서울 경마에서 실제로 어떤 폭염 대응 조치를 시행했는가.
이 정도의 폭염에도 한낮 경마가 그대로 진행됐다면어느 정도의 폭염에서 경주시간을 변경하고, 어느 수준에 이르면 경마를 취소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직사광선과 높은 습도, 지면과 주로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까지 고려하면 실제 현장의 열환경은 단순한 관측기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러한 요소까지 확대하지 않고확인된 기온을 기준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 경주마의 야외 노출은 정말 ‘최대 23분’ 인가?
마사회는 이번 발표에서 경주마의 야외 노출 시간이 ‘최대 23분 이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경주마는 출발 50분 전까지 지하마도에 도착해야 한다. 그 전에 마방에서 경주 준비와 수의검사를 받고 이동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경주가 끝난 뒤 다시 마방으로 돌아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말이 이동하는 동선에는 그늘이 거의 없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최소한 영국경마협회 수준의 폭염 대응 기준 마련이 절실하고, 아래 내용 기준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7일부터 적용했다는 폭염 대응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둘째, 7일 부산경남·제주와 8일 서울 경마에서 실제로 시행한 폭염 대응 조치를 공개해야 한다.
셋째, 폭염 위험 수준에 따라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해 경주시간을 변경하고, 위험이 커질 경우 경마를 취소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경주마의 폭염 노출 시간을 ‘23분’으로 한정하지 말고 마방을 나서는 순간부터 경주 후 복귀까지 전체 동선과 실제 노출 시간을 기준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폭염 노출 시간을 단순히 ‘23분’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마방을 나서는 순간부터 경주를 마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전체 동선과 실제 노출 시간을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폭염 속에서 어떻게 경주할 것인가’ 이전의 문제다.
한국마사회의 폭염 대응에서 짚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폭염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한국마사회의 대응이 상대적으로‘폭염 속에서 경주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면, 영국경마협회(BHA)는 먼저‘현재 기상 조건에서 경주를 진행해도 되는가’를 판단한다.
극심한 폭염 상황에서는 경마를 취소하고, 위험이 높을 경우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해경주시간을 변경하는 조치를 취한다. 경주를 진행할 경우에도 말의 체온 상승을 예방하고 경주 후 신속하게 냉각·관찰하기 위한 단계별 대응을 시행한다.
즉, 폭염 속에서 경마를 어떻게 계속할 것인가에 앞서경마를 진행해도 되는 상황인지를 먼저 판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 “경주 취소까지 검토”…그렇다면 기준은 무엇인가?
한국마사회는 폭염 중대경보 시 ‘경주 취소까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검토’라는 표현만으로는 경주마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몇 도에서 경주시간을 변경하는가. 기온과 습도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경주를 중단하는가.
어떤 조건에서 경마를 취소하는가.

기온뿐 아니라, 습도·일사량·풍속·주로 복사열, 그리고 전력질주로 발생하는 경주마의 열부하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부산 일부 지역 39.5℃, 제주 35℃, 서울 36℃의 폭염에서도 한낮 경마가 진행됐다면 어느 수준부터 실제 경주시간 변경이나 경마 취소가 이루어지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 영국경마협회 수준의 폭염 대응 기준 마련해야
우희종 한국마사회장은 모호한 표현에 그치지 말고 강조해 온 생명·생태·말 복지의 약속을 구체적인 기준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말은 스스로 경주시간을 선택할 수도, 출전을 거부할 수도 없다. 위험하면 경주시간을 바꾸고, 더 위험하면 경마를 멈춰야 한다. 말의 안전은 ‘검토’가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과 행동으로 지켜야 한다.
한편, 8월 7일부터 9일까지 낮 12시부터 1시까지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1인 시위 중인 제주비건 김란영 대표는 마사회의 폭염속 말복지대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관계당국의 대책마련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동취재팀 kenews.co.kr>